다시 쓰는 ‘가치’의 역사

가치주권

[중기부 액셀러레이터! 세한대 박항준 창업전담 교수의 크립토단상 37편]

박항준 세한대 교수 2019-09-10 17:34 COLUMN(칼럼) DN 50.00

경제학에서는 ‘가격’의 결정이 ‘제조 및 판매원가’, ‘기업이윤’ 그리고 ‘고부가가치’로 구성된다고 가르친다. ‘고부가가치’에는 브랜드 가치, 수요 가치, 시장 위상, 혁신성 및 독점력에 의한 가치 등으로 구성되어있음도 배웠다. 즉 ‘가격=원가+수익+고부가가치‘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시스템에서는 이 가격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바로 고부가가치의 시장 부적합성이다. 현재 고부가가치는 부의 편중을 가속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명품, 최초 제품, 1위 브랜드, 대기업 제품, 희소성 높은 제품 등은 고부가가치라는 가격 상승 요인이 되어 가격의 왜곡을 일으키고 경제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고부가가치가 부의 편중을 가속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원가와 적정이윤을 제외한 고부가가치 비용 대부분이 부동산이나 금융상품, 비자금 등 비생산 분야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반면 그만큼 소비자의 지갑은 얇아진다.       

칼 막스는 유물론을 집필할 당시 이러한 부의 편중을 강제적으로 해산시켜 이상적인 공산주의화를 목표로 하였다. 고부가가치에 의한 부의 편중을 임의적으로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경제에 해를 끼치는 고부가가치를 폭력과 권력으로 누르려한 것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개념이 나눔(sharing)의 경제철학이다. 나눔은 편중된 부를 기부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으로 유도하여 부의 재분배를 유도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공산주의’나 ‘나눔의 경제‘ 두 주장 모두 편중된 부를 나누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부의 축적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마저도 부의 편중이 심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공유경제 플랫폼이 권력화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가치 주권’이다. ‘가치’의 결정에는 필요성과 희소성, 효율성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사용자인 소비자가 ‘가치’를 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기업 주도로 임의적으로 결정되다 보니 가치가 아닌 거품이 가격 형성에 포함되어 부의 불평등을 초래해온 것이다.

이제 금융자본주의가 한계를 맞고 있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 간 ‘공유경제’라는 산소 호흡기를 달고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금융자본주의는 제조업의 성장 한계에 부딪혀 갈 곳을 잃어버리고 만다. 제조산업이 확대되지 않아 더 이상 금융자본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금융자본주의는 투자를 통한 수익을 창출한다. 대량생산을 통해 부의 축적이 가능한 기술과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하고, 이에 대한 수익을 나눈다. 그 가치를 인정하여 받은 주식을 사고팔기도 한다. 금융자본주의의 핵심이 ‘주식시장’이었던 이유다. 그러던 금융자본이 갈 곳을 잃기 시작한다. 바로 제조업의 성장 한계점과 자동화, 투자자본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은 IT제조산업으로 산업의 무게중심이 옮겨져 왔기 때문이다. IT제조는 기존 순수 제조 시설에 비해 거대 금융자본이 필요하지 않다. IT제품들은 소량화, 경량화, 집적화될뿐더러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디지털의 특성을 갖고 있기에 거대 규모의 금융투자나 공장을 위한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단언하건대 앞으로 금융과 부동산을 통해 큰돈을 버는 시대는 이제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제 ‘가치’의 역사가 달라지고 있다. 금융자본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치’의 역사가 다시 쓰이고 있는 것이다. ‘가치 주권’이 ‘기업’에서 ‘대중주도(crowed-based)’전환되고 있다. 거래에 있어서는 투자금융에서 가치 금융으로 패러다임이 옮겨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곧잘 ‘대형마트에서 파는 300원짜리 생수 대신 가깝고, 당장 먹을 수 있는 집 앞 편의점에서 낱개로 1000원짜리 생수를 사서 마신다.’ 원가에 ‘대중참여 이익’이 포함된 새로운 지불 가격 즉, 가치교환을 우리는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P2P 대출, 크라우드펀딩, 해외직구, 공동구매, 구독 경제, 협동조합 등 우리가 10여 년간 연습한 다양한 형태의 가치 거래가 바로 ‘대중참여이익’이 포함된 가치 금융의 탄생을 예고하였던 것이다.   

 

[크립토 경제의 핵심 키워드 ‘가치 금융’] 

대중이 설계하고 주도하는 가치의 역사는 이제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다가올 것이다. ‘스마트 금융(또는 크립토 금융)’으로 명명된 이 시스템을 상상하고, 설계하고, 수행하는 것은 앞으로 10년간 우리의 몫이다. 가장 큰 변화가 ‘가치’ 안에 ‘가격’이 들어가는 것이다. 새로운 금융시스템에서 가치는 가격과 대중참여이익으로 구성될 것이다.      

그 중심에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들이 서 있다. 새로운 금융의 역사를 장식하고, 디지털 산업혁명을 폭발시킬 주역들이 바로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들이다. 아직은 미지의 이 세계에서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각자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응원을 해줘야 한다. 비즈니스 간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기반을 구축해줘야 한다. 비록 폰지형 사기나 다단계, 크립토의 개념도 모르는 한탕 주의자들이 중간에 섞여 있지만 크립토 이코노미스트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된다. 특히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들이 서로를 헐뜯고, 서로를 무시하는 모습이 가장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다시 쓰는 ‘가치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보다 의연하게 보다 멀리 보는 혜안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기 바란다.  

[데일리코인뉴스의 박항준 칼럼을 37편으로 마칩니다. 그동안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 

박항준 세한대 교수 (danwool@naver.com)의 기사 더 보기

- 데일리코인뉴스는 현장의 목소리를 우선합니다(news@dailycoinews.com) -

- 이 기사는 개인적인 의견과 견해를 나타내는 것으로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 기사에 사용된 모든 자료에 대한 책임은 작성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

[저작권자ⓒ Daily Coi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등록시 비트코인 가격
BTC-USD : $ 10,298.00 USD (API by Bitfinex)

Write

Leave a Comment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