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하게 마른 암호화폐 생태계 4단계!

​최상위 포식자에서부터 생산자까지

[중기부 액셀러레이터! 세한대 박항준 창업전담 교수의 크립토단상 36편]

박항준 세한대 교수 2019-08-18 20:20 COLUMN(칼럼) DN 50.00

목적도 없고, 비즈니스 모델에는 관심도 없는 암호화폐 생태계는 앙상한 4단계의 먹이 사슬만 남아 있어 보인다.

맨 윗선이 최상위 포식자인 코파운더(암호화폐 발행자)다. 이들은 암호화폐를 기획하고 발행하는 대가로 총발행량의 60~70%를 좌지우지하면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단계에 머무른다. 물론 화려한 학력과 인맥으로 포장되어 있어 블록체인 생태계의 최상위에 포진한다.

다음 단계가 2차 소비자다. ‘(해외)기관투자자’와 ‘(해외)투자펀드’ 그리고 ‘(해외)보이지 않는 손‘들이다. 이들은 코파운더와의 친분으로 얻은 정보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큰 이익을 보는 집단이다. 5000만 원으로 10억 버는 게임에 큰 리스크와 투자금 없이 이 생태계에서 머무른다. 보유물량이 적어 락업(lock-up)도 잘 피해 간다. 상장 전에 10배 수익을 내고 파는 게 목표다. 목표 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다. 최상위 포식자들은 이들의 브랜드가 필요해서 자기 밑에 두는 특권을 제공한다. 크립토 펀드에서 투자했다고 소문이 나면 ICO(코인 상장)나 모금은 쉽게 풀리기 때문이다.

2차 소비자 아래에는 우리가 쉽게 코인 꽤나 한다는 이들이 포진해 있다. 바로 1차 소비자다. 코인으로 빌딩을 샀다라든지 돈 벌어 이민 갔다더라, 외제차가 3대 더라 라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다. 일반 대중에게 판매되는 퍼블릭 세일 이전까지 프라이빗하게 모금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이다. 억 단위 투자자들인 이들은 주로 회장님, 사장님들이 많다.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 재단의 코파운더나 거래소로 돈을 번 사람들이 많다. 상위 포식자 입장에서는 잘 보여야 2차, 3차 프로젝트나 추가 투자가 이루어지기에 이들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이들은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되는데 2차 소비자들 몫을 보완하거나 부족했던 모금액의 완성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마지막 물량을 저렴하게 구매하기도 하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 마케팅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생태계 맨 마지막에는 생산자가 있다. 여기서부터는 격이 다르다. 이들은 포식자도 소비자도 아닌 ‘생산자’로 불린다. 열심히 자신들이 번 돈을 1차 소비자 이상의 상위계층에게 바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 생산자 생태계는 조금 복잡한데 쉽게 네트워크 다단계가 생산자들 내에 조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대략 400~600만 원으로 시작하는 이 단계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들이 구입한 코인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ICO가 뭔지 잘 모른다. 사라는 사람 말만 듣고 참여한 모델이다.

생산자도 급이 다른데 상위에 있는 이들은 저렴하게 구매한 코인을 하부 생산자들에게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 몇십 명에서 많게는 몇백 명을 거느리며 다양한 코인을 이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상위 생산자들도 내부적으로는 계급이 있는 것이다. 주로 다단계 구조로 되어 있는데 능력 있는 생산자가 나름 저렴하게 구한 코인을 아래 계층의 생산자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추가해서 팔게 된다. 몇 배의 수익을 즉시 낼 수 있는 구조지만 친분관계로 인해 가격이 떨어졌을 때 책임을 져야 하는 약점도 있다.

이런 구조다 보니 주로 생산자들의 불만이 가장 많다. 플랫폼 오픈 등 약속을 제 때 지키지 못하는 재단을 탓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가격 방어를 하지 못하는 재단 관계자들에게 불만을 표출한다. 이들에게 비즈니스 모델은 코파운더나 생산자 모두 관심이 없다. 코인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사이 생산자들의 불평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최상위 포식자는 코인을 생산자 층에게 푼다. 새로운 코인을 발행하여 빈 곳간을 채워주거나 시장에서 매입하여 소각하기도 한다. 심하면 매일매일 수익을 정산해주는 모델도 있다. 이러한 모델들은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도 없는 얘기지만 생산자들은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이 없다. 마냥 수익률에 집중할 뿐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운영주체들인 상위 포식자들도 온통 관심이 여기에만 몰려 있다. 생산자들은 둥지의 새끼들처럼 입을 벌리고 수익을 던져다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암호화폐를 정상적으로 설계하고 모금까지 성공했던 이들도 생산자들의 성화와 높은 개발비 지출에 부담을 느껴 온통 가격 올리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비즈니스 모델 없는 암호화폐 사업은 지속가능성이 절대 없다. 지금 2000년대 포털사이트 광풍을 보는 듯하다. 정상적인 투자나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다. 앙상하게 마른 암호화폐 생태계에는 돈 번 자는 떠나고 잃은 자와 한방으로 복구하려는 자, 한탕하려는 자들만이 남아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자신들의 몸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이 생태계에 있는 이들 마저도 자신들이 한심하다고 할 정도다.

혹 그래도 이 와중에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설계하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정신을 계승하고, 글로벌 진출을 기획하는 정상적인 암호화폐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그렇지만 조금은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해하고, 다단계의 유혹에 지쳐있을 이들이 있는가?

10년 후에는 네이버를 능가할 최후의 승자가 될 그들에게 헨리 포드의 말을 남긴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든 당신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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