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암호화폐의 "무(모)한 도전"

박항준 세한대 교수 2019-03-21 10:37 COLUMN(칼럼) DN 50.00

 [중기부 액셀러레이터! 세한대 박항준 창업전담 교수의 크립토단상 19편]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조선의 22대 임금 정조대왕의 취임 일성이다. 취임일에 나눈 정조와 신하들과의 이 대화는 당시 사도세자의 죽음을 주도한 노론의 공포와 공분을 샀다. 결국 세종 이후 최고의 임금이라 일컫던 정조는 암살 시도 속에 제명을 다 살지 못하고 단명하고 만다.

(사실 문맥으로만 본다면 정조는 ‘내가 비록 사도세자의 아들이긴 하지만 영조께서 효장세자의 아들로 만들어 놓았으니 그것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라는 뜻으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은 특정인에 의해 악용된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전자상거래 거래 수단, 오프라인 매장 거래 수단, 현금 대안, 달러 대체, 은행 및 금융기관의 업무 대체, 송금대행, 신용카드를 대체하겠다는 암호화폐들의 이러한 주장은 ‘정조의 우’를 똑같이 범하는 것과 같다.

정통 금융시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십, 수백 년간 발전해온 금융시스템을 암호화폐라는 듣보잡(듣도 보지도 못한 잡것)으로 한 번에 대체하겠다고 나서니 기가 찰 노릇이다. 블루오션이나 보완재가 아닌 금융 대체재로써 암호화폐를 기존 시장에 내놓은 순간 암호화폐와 금융 간의 전쟁은 정조와 노론의 당파싸움처럼 변질될 것이다.

이미 은행, 증권사 등 금융시장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암호화폐 가능성을 에둘러 무시하거나 눈엣가시로 보고 있다. 그들의 밥줄을, 그들의 밥통을 끊어놓겠다고 선포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그들의 역린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비트코인부터 시작하여 5000여 개라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들 대부분이 금융의 대체역할을 외치고 있다.

이제 기존 기득권 금융의 반전이 시작되고 있다. 일부 블록체인 기술을 수용하는 척하기도 하고, 암호화폐를 적립 포인트제로 격하시켜 활용하려는 움직임들이다. 현행법 안으로 암호화폐를 구겨 넣고, 같은 선상에서 규제하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필자는 기존 금융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금융과 공공영역이 손이 쓰지 못하는 소외 영역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해야 한다면서 가칭 ‘이국종 코인’을 제안했었다. 상징적인 제안이었긴 했지만 크립토 비즈니스를 통해 지속가능 사회 건설이 가능하다는 소셜 프로젝트를 주장한 바 있다.

이제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들이 전략적 수정을 해야 할 시기다. 암호화폐가 순기능을 하고, 사회의 화합을 주도하려면 명확한 자기 정체성과 기존 기득권과의 역할분담이 명확해야 한다.

쇼핑몰에 활용하겠다는 프로젝트, 달러나 무역 화폐를 대체하겠다는 프로젝트, 월가 금융상품 흉내 내는 돈놀이 프로젝트, 회원만 모으겠다는 플랫폼 프로젝트를 주장하는 ‘무(모)한 도전’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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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교 2019-03-28 16:05

좋아요~~

전수미 2019-03-21 21:21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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