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가치보다 기능적 이론철학만 추구하는 '블록체인 궤변론자'의 탄생

박항준 세한대 교수 2019-01-31 18:04 COLUMN(칼럼) DN 52.00

[중기부 액셀러레이터! 세한대 박항준 창업전담 교수의 크립토단상 13편]

 

서양 철학의 아버지는 소크라테스다. 그는 플라톤철학의 근간을 이루었고,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다. 그의 철학은 정반합이라는 변증법적인 발전단계를 거치게 되면서 서양철학이 발전한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왜 예수나 부처, 공자와 같은 성인반열에는 오르지 못하는 걸까?

예측하기로,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생명이라는 본질적인 접근에 대한 해답을 구하거나, 인류사회를 바꿀만한 철학적 솔루션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소크라테스 철학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고(思考)의 방식을 설명하는 철학이라기보다는 이론(Theory)에 가깝다. 테크니컬한 요소과 논리의 기능적 접근만으로는 자기와 자신의 생각을 보호하고 설득하는데 활용되기 쉬워 궤변론자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궤변론으로 취급받는 데는 예수나 석가가 갖고 있었던 ‘생명’이라는 본질적인 접근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이다.

비트코인을 창조했다고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의 상황도 소크라테스와 유사하다. 중앙장부저장방식의 위험성과 한계로 인해 만들어진 분산장부저장방식(블록체인)은 기존 방식에 비해 월등히 높은 유지비(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드의 부담)가 필요했고, 이를 코인을 발행함으로써 해결하려 한다.

블록체인의 백서들을 보면 모두 ‘철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보공학적 이론에 더 가깝다.

비트코인이 추구한 것으로 알려진 트러스트리스(Trustless)는 비트코인의 결과물이지 철학이 아니다. 트러스트리스 대상 거래가 블록체인 철학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탄생함에 따라 이를 활용해 트러스트리스 대상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비트코인의 기축통화화에 대한 금융공학적 접근도 마찬가지다.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대체함으로써 미국주도의 금융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겠다는 포부에서 비트코인이 나온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유지하기 위해 탄생한 비트코인을 활용하면 기축통화로 전환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철학은 생명존중의 기반 하에 사명과 비전, 그리고 목표와 원칙이 결합돼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비트코인은 소셜임팩트 즉, 사회를 뒤집어엎을만한 혁신적 구조를 목적으로 설계된 철학은 아니다. 비트코인의 탄생목적과 구조를 보면 사토시 나카모토는 예수나 석가라기보다는 소크라테스에 가깝다.

생명이 부족한 철학을 맹종하면 소크라테스 제자들 같은 궤변론자들이 탄생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권력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려는 계층과 저지하려는 계층간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바로 비트코인이 계속 하드포크하며 떨어져나가는 이유다. ‘이더리움’나 ‘이오스’는 한술 더 떠 아예 비트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나섰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코인의 95%가 블록체인 궤변론에 빠진 프로젝트들이 되고 만다. 흔히 스캠이라 말한다.

그 프로젝트들에게 사회적 합목적성도, 혁신적인 개혁요소도 없다. 코인의 금융적인 가치도 없다. 다만, 사토시 나카모토나 비탈린 부테린이 만들어 놓은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민주적인 절차와 합의과정, 스마트컨트랙트라는 기능적 원칙과 이론에만 충실하고 있을 뿐이다.

이 원칙과 기능에만 따르면 도박이나 마약자금을 송금하든 적립금을 전환하여 한 번에 날려 버리게 하든 해외불법송금을 하든 기존 산업을 붕괴시켜 사회를 혼란에 빠지게 하든 블록체인 궤변론자들에게는 별 상관이 없다.

지금 메인넷을 표방하고 있는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속도와 합의과정, 비용절감에 있어 ‘이더’나 ‘이오스’보다 빠르고, 저렴하고, 안정감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들에게 사회를 위해 나가야할 방향성은 없다. 철저한 블록체인의 이론적 원칙에만 충실하고 있을 뿐 철학적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결국 인간의 삶을 발전시켜 나아가는 인류애, 사랑, 희망, 공생이라는 철학적 가치를 밑바탕에 두지 않는 기능적 이론철학만으로는 블록체인 궤변론자가 계속 출현할 것임에 명심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든 사토시 나카모토든 자신들의 도전과 노력이 제자들에 의해 궤변론으로 변질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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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교 2019-03-28 16:14

좋아요~~

정윤성 2019-02-06 18:05

감사합니다!

김규선 특파원 2019-02-06 13:0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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